개발 일지 39 — 같은 뜻, 더 짧은 말
2026년 10월 9일
잘린 글자를 고치는 길은 두 가지였습니다. 칸을 키우거나, 말을 줄이거나. 앞의 길은 다른 곳을 흔들었으니, 남은 길은 ‘같은 뜻을 더 짧게’ 적는 것이었습니다.
말을 줄이는 일은 생각보다 섬세했습니다. 짧게 만든다고 뜻이 가벼워지면 안 되고, 너무 줄여서 무뚝뚝해져도 곤란했습니다. 꼬리표 하나에도 그 앱의 말투가 묻어나니까요.
더 어려웠던 건, 그 말들이 제가 쓰지 않는 언어였다는 점입니다. 짧게 줄이면서 뜻이 어긋나지 않는지, 저로서는 쉽게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어라면 금세 골랐을 표현을, 다른 말에서는 몇 번이고 돌려 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뜻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원래 문장이 말하려던 바를 다시 정리하고, 사전과 여러 예문을 견주며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찾았습니다. 한 번에 정하지 않고, 짧게 고친 말을 다시 화면에 올려 어색하지 않은지 보았습니다.
작은 표시 하나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몇 글자 때문에 며칠을 들이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의 화면에서 반쯤 잘린 말로 남는 것보다는, 짧아도 또렷한 한마디가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나라의 사용자에게는 이 앱이 오직 그 한 줄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읽지 못하는 말이라고 대충 둘 수는 없었습니다. 읽지 못하는 말일수록, 더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