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지기 · 이야기 · 개발 일지 37

개발 일지 37 — 휴대폰의 규칙이 바뀔 때

앱을 고치다 보면, 내가 정한 적 없는 일정도 함께 따라옵니다. 이번에는 휴대폰 쪽의 규칙이 몇 가지 새로 바뀌는 시기였습니다.

해마다 휴대폰을 만드는 쪽에서는 앱이 지켜야 할 기준을 조금씩 바꿉니다. 권한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 데이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대개는 더 안전한 쪽으로 가는 변화라, 방향 자체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문제는 그 변화가 사용자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준을 제때 맞춰 두지 않으면, 어느 날 앱이 멈추거나 새 버전을 올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바뀐 규칙에 조용히 발을 맞췄습니다. 앱이 어떤 권한을 어느 시점에 묻는지 다시 보고, 꼭 필요하지 않은 요청은 덜어 냈습니다. 마침 연락처를 고르는 방식을 바꾼 참이라, 이참에 안쪽의 묵은 짐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이런 일은 티가 나지 않습니다. 누구도 ‘규칙을 잘 지켜 줘서 고맙다’고 말하지는 않으니까요. 혼자 만드는 입장에서는 가장 미루고 싶은 종류의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래 쓰이는 앱이 되려면, 보이지 않는 곳을 미루지 않는 편이 낫다고 믿습니다. 집도 눈에 보이는 거실보다 보이지 않는 배관이 더 중요할 때가 있으니까요.